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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용기
영화 아이 캔 스피크는 말하는 용기의 중요성을 감동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도깨비 할머니라고 불리는 주인공 나옥분은 겉으로는 거침없는 말투로 강인한 모습으로 보이지만, 위안부 피해자라는 역사의 아픔을 숨긴 채 살아가는 인물이다. 해외로 입양 간 남동생과 소통을 하고 싶어서 영어를 배우고 싶어 한다. 우여곡절 끝에 공무원 민재에게 영어를 배우게 된다. 서툴게나마 조금씩 영어 말하기가 늘어가는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있는 요소이다.
옥분의 친구 정심도 그녀와 같은 피해자이다. 정심이 자신의 증언을 올바르게 전달하기 위해 영어를 배웠는데, 치매를 앓게 되어 증언이 불가능해졌다. 정심 대신, 나옥분은 위안부 문제를 주제로 하는 청문회에서 증언을 하게 되는데, 처음에 증언대에 올랐을 때는 위축되고 긴장하던 그녀가 자신의 상처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발언을 하게 된다.
나옥분의 멋진 용기는 큰 이슈가 되었던 사회적 문제 해결에도 큰 역할을 했지만, 우리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준다. 불합리한 것에 맞서서 내 이야기를 당당하게 말할 줄 아는 용기를 가진 멋진 그녀이다.
세대 간의 우정
이 영화에서 세대 간의 공감과 치유는 나옥분과 박민재의 우정을 통해 깊이 있게 표현된다. 나옥분은 고통스러운 상처를 간직한 채 살아가고, 그 상처는 말할 수 없는 외로움으로 이어진다. 한편, 박민재는 무뚝뚝하고 냉정하고 이성적인 차가운 이미지의 캐릭터이다.
하지만 그는 점차 나옥분과 가까워지면서 그녀의 아픔을 이해하고 도우려고 노력한다. 이 과정에서 나옥분은 서툴지만 진심을 담은 영어 공부를 시작하고, 박민재는 그녀의 곁에서 영어 과외를 해주면서 묵묵히 지원해 준다. 두 사람의 우정은 나이 차이를 넘어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하는 특별한 관계로 이어지게 된다. 세대 간의 벽을 허물고 서로 공감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진정한 치유가 일어날 수 있는지를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특히, 서로 다른 세대가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이해하려는 노력은, 공감과 소통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나옥분이 증언대에서 자신의 상처를 털어놓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모습은 박민재의 따뜻한 지지와 응원 덕분에 가능해졌으며, 진심을 담은 소통이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큰 힘이 있음을 보여준다.
나문희 배우
이 영화에서 나옥분을 연기한 나문희의 연기는 뛰어난 표현력과 감정 전달이 돋보이는 대표작 중 하나이다. 옥분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관객에게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하면서도, 과거 위안부 피해자로서의 슬픔과 고통의 깊이를 고스란히 전달하는 그녀의 연기는 매우 훌륭했다.
이 영화로 그녀는 관객수 320만 명을 동원하며 큰 성공을 거두었고, 이 작품으로 제1회 더 서울 어워즈, 청룡영화상, 백상예술대상, 대종상 등에서 여우주연상을 휩쓸며 영화계에서도 최고 배우로 자리 잡았다. 그녀의 데뷔는 1961년 MBC 라디오 공채 성우 1기였고, 다양한 외화에서 마릴린 먼로의 전담 성우로 활약하며 그녀만의 깊은 목소리로 인기를 끌었다. 이후 배우로 활동하게 된 그녀는 초반에는 주로 조연과 단역을 맡았지만, 1995년 드라마 ‘바람은 불어도’에서 이북 사투리를 사용하는 80대 할머니 역으로 KBS 연기대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노희경 작가와의 협업으로 유명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에서 보여준 치매 걸린 어머니 역할은 그녀의 인생 연기로 평가받으며, 시간이 흘러도 잊히지 않는 명장면으로 남아 있다. 이후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재벌가 회장 역할, ‘화려한 휴가’에서 맹인 어머니 역할 등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명성을 쌓았다.
그녀의 연기는 다채로운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며, 코믹하면서도 감동적인 연기를 동시에 선보여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긴 세월 동안 다양한 역할을 통해 한국 영화와 드라마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녀의 뛰어난 연기력이 입증되어 왔다.